모든 정신과 의사는 정신의학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정에 서는 모든 정신과 의사가 자동적으로 감정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정 심리에서는 감정인이 법체계 내에서 특별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때만 감정인으로 인정된다. 즉, 법정신의학자의 역할은 ‘정신의학’과 ‘법’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분야를 연결하는 중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감정을 수행할 때는 두 가지 중요한 중개 과정이 이루어진다.

첫째, 사건에서 정신의학적 문제가 제기되면, 해당 정신의학적 상태가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즉, 그 상태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기준(능력, 책임, 손실, 장애 등)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감정인이 내린 결론과 의견을 일반 배심원이나 정신의학에 익숙하지 않은 판사도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이는 감정 의견서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법률적 맥락에서 적절하게 해석하여 설명하는 과정이다.

감정인의 자문 역할은 교육자의 역할과도 유사하다. 먼저, 감정인은 변호사에게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정신의학적 요소를 설명해야 하며, 이후 법정에서 배심원이나 판사에게 이를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두 가지 교육 과정은 각각의 대상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접근 방식, 표현, 그리고 언어적 조정이 필요하다.
전문 감정인의 역할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법정신의학자는 정신의학적 통계나 개념을 법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숙련된 임상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인이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법률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일부 감정인은 법적 훈련을 받기도 한다), 최소한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법적 문제와 사건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법적으로 적절한 의견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법정에서 효과적으로 증언하고, 반대 심문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 이러한 모든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무 경험을 쌓고, 의뢰하는 변호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출처;시그마프레스 법정신의학제2판, 로버트사이먼,리자골드 저서,대한신경정신의학회,법무부 ,안동현 외 17인 번역,2013, ㈜)시그마 프레스 p77-79)